[항공칼럼] 대한항공-아시아나, 구조조정 없이 인수합병 가능할까
산업은행-대한항공, 인수 후 통합 계획(PMI) 재검토..
구조조정 없이 통합 가능성은?
연일 기사에 나오고 있는 내용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때, 구조조정 없이 통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우선 2021년 3월에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인수 후 통합 계획(PMI, Post Merger Integration)은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운수권과 슬롯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고용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22년 2월에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합병 내용은 타항공사가 원할 시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따라서 PMI는 재검토 단계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 불필요한 중복인력 규모는?
항공사 특성 상 일반 회사들보다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있다. 항공기를 조종하는 운항승무원,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객실 승무원(캐빈), 해외 현지직원, 항공정비사 그리고 대한항공에만 있는 항공기 개발/제작 직군도 있다. 운항/객실 승무원, 정비사 직군은 통합으로 인해 비행기가 늘어나기 때문에 중복되는 인원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승무원의 경우 기본 월급이 높은 것이 아니라 비행 시 붙는 수당이 비중이 높은 편이기에 비행 횟수가 적으면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나가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필요해지는 업무 중복 인력의 대부분이 되는 일반 사무직의 비율은 어떻게 될까.
대한항공 전체 임직원 수와 일반 사무직 비율
2022년 1월 기준, 대한항공의 직원 수는 약 17000명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등재된 직원 수는 2020년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되었으며, 일반 사무직의 비율은 약 22%다. 어차피 대한항공 직원은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기에 아시아나 항공을 살펴보자.
아시아나항공 전체 임직원 수와 일반 사무직 비율
아시아나항공은 공식 홈페이지에 임직원 수나 직군별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1/2022년 공식 통계자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서, 가장 최근인 2020년 12월 기준으로 비교해보았다.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적인 비율 계산을 위해 참고했다.
사업보고서 기준 전체 직원수는 8698명이고, 이는 외국인을 제외한 직원 수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정비사, 운항관리사, 객실승무원의 총 수는 6687명이다.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인원은 2011명. 일반 사무직의 인원수는 전체인원 대비 약 23% (2011/8698명) 이다.
중복 인력 규모, 감당할만한 수준인가
일반적으로 사기업 간의 인수합병 시에는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산업은행이 개입하는 지금의 항공사 통합에서는 웬만하면 그대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수권/슬롯 반납 조건을 걸면서 통합 조건에 대해 재논의를 한다고 하지만, 지난 2월 운수권 재분배 결과를 보면 대한항공은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이 원하는 중단거리의 알짜 수익노선은 거의 뺏기지 않았다. 기사는 운수권을 뺏긴다는 식의 내용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저가항공사들이 중대형 비행기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손해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최종 통합 조건 합의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항공의 우기홍 사장 인터뷰를 봐도 괜히 지금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큰 이슈를 만들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이 지난 51년간 한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단은 안심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사무직 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대한항공 약 3770명, 아시아나항공 약 2000명. 대한항공에서 원래 하던 업무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합병한다고 기존 사무인력이 모두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반 사무직 비율이 높은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항공사의 직군 특성 상, 정년퇴직이나 개인사유로 퇴직 등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인원을 생각하면 중복 인원이 큰 비중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최종 합병 조건에서 대한항공이 보다 유리한 운수권/슬롯 조건을 받아낼 수 있다면, 중복인원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 밖에서 봤을 때도 그림이 좋고, 대한항공 측에서도 최소한의 손해로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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