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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한국이 민간 항공기를 못 만드는 이유

에어뷰 AIRVIEW 발행일 : 2022-12-19

 

[참고*이 글은 보잉(BOEING) 민간 항공기 관련 엔지니어의 개인적인 관점이니 참고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상업용 비행기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는 능력이 안 돼서 만들 수 없다는 게 아니다

비행기를 만들고, 팔아서 수익이 나야 한다는 것을 배제하면, 투자만 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민간항공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오래된 해외 대형 항공기 제조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기존에 다른 비행기를 운용하고 있는 항공사들을 설득해서 항공기를 파는 것도 매우 어려울뿐더러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적인 경쟁력도 있어야 해서.. 사업 난이도 대비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인 의견으로,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려고 한다

 

 

민항기 시작은 이미 두 회사가 독점.. 진입장벽도 높다

 

전 세계 민간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이 대형 항공기 제작사가 만들지 않고 있는 70~100석 규모의 소형기 시장은

그나마 2010년대 중반까지는 여러 회사들이 경쟁을 하는 구도였다

 

 

소형기 대표 회사들 보잉, 에어버스에 인수합병

  • 2016년 에어버스-봄바디어(캐나다)
  • 2017년 보잉-엠브라에르(브라질)

 

상업용 여객기 시장의 판매량 3위였던 엠브라에르(EMBRAER)와 4위 봄바디어(BOMBARDIER)마저

각각 보잉, 에어버스에 편입되면서 독점 구도가 거의 굳어져가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은 신규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렵다

그냥 단순히 생각해봐도 비행기 자체가 워낙 크고,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자동차처럼 그냥 땅에서 굴러가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날아가야 하다 보니

결함이 생겼을 때 대형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을 만들 때보다 기온, 기압, 습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훨씬 더 많다

 

눈에 보이는 것을 설계하고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공 비행 시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영상 기온으로 올라오는 것을 반복하는 상황에 대한 피로 해석도 해야 하고 엔진, 랜딩기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의 수명에 대한 계산 요소가 훨씬 복잡하다

 

이후에 더 많은 난관이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에서 막히는 게 대부분이다

 

 

민항기 기술력 좋은 일본.. 민항기 시장 진입 실패

미쓰비시항공 여객기 CRJ900

 

대표적인 예시로 일본이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비행기를 잘 만들어서 운용했었고

지금도 보잉(BOEING)사 신형 B787 기종의 날개를 주로 담당하는 등 항공기 개발 능력이 우수한 나라다

 

일본 기업 미쓰비시 항공(Mitsubishi Aircraft Corporation)에서 상업용 민항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그나마도 70~100인승의 소형기 시장이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비행기 만드는 기술이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조차

보잉과 에어버스가 이미 차지하고 있는 중대형기 시장에 진입은 힘들다고 봤다는 거다

 

그나마 그 당시에는 소형기 시장에 AIRBUS, BOEING이 관여하지 않았고

여러 국가들이 경쟁을 하고 있던 시기여서 지금과는 또 다른 상황이긴 했다

 

결국 비행기를 만들어 미쓰비시 리저널 제트(MRJ)의 초도 비행을 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하중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해석 결과가 나왔고,

이후에도 여러 문제로 결국 2003년에 개발을 시작한 이 민항기 프로젝트가 계속 납품 지연을 반복하다 흐지부지됐다

 

미쓰비시 항공의 역사를 자세히 다루고자 하는 글이 아니어서 간단히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비행기 외형을 만들 수 있다고 전부가 아니다

보잉 B707 초기 모델

 

일본의 사례를 보고 알 수 있는 점은

항공기 부품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 등 여러 국가에서

보잉, 에어버스의 도면을 받아 제작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카피해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는 단순히 부품 생산을 하는 회사에게 넘겨주지 않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미쓰비시처럼 자체적으로 항공기를 만들 때 최종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다 되면 좋겠지만, 실제 비행 테스트를 해봐야 놓친 부분을 눈치채거나, 보강해야 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의 대형 항공기 제조사들이 처음부터 비행기를 뚝딱 잘 만든 게 아니다

이미 몇십 년 전에 일본 항공기 제조회사가 겪었던 문제들을 다 경험했고, 축적된 데이터가 엄청난 거다

 

 

우리나라 기업 중 민항기 사업을 시작한다면 가능성이 있을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공기업의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에 따라 계속 지침이 바뀔 수 있고,

국군 전투기 개발 및 군용 사업에 보다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의 민항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능력이 있는 건 한화그룹뿐이다

하지만 한화가 이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도 거의 0%라고 본다

 

물론 엔진부터 시작해서 항공산업에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항공기를 완성해서 만들어 판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리고 지금은 소형기 시장도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보강한 상태여서

예전에 일본이 도전할 때와 달리 경쟁 상대가 너무 막강하다

 

좋게 생각해서, 잘 만들고, 인증까지 다 받았다고 치자

항공사들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항공기 대신 새로운 회사에서 만든 비행기를 도입하도록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사고와 함께 항공사 이미지가 크게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항공기 제작사가 다른 나라 항공사에 비행기를 파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보잉(BOEING)이 민간항공기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던 시기에

유럽에서 에어버스(AIRBUS)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유럽을 제외한 항공사들은 에어버스 비행기를 구매하는 것을 꺼려했다

혹시나 샀다가 문제 생겨서 추락하거나 여러 가지 결함이 생기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좀 더 비싸도 기존에 안전성이 보장된 보잉 비행기를 쓰는 편이 항공사 입장에서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에어버스는 한 국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이 함께했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비행기를 구매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단일 국가가 지금 시점에서 두 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민항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설령 우리나라 회사가 BOEING, AIRBUS보다 더 안전하고 성능이 좋은 비행기를 만든다고 쳐도

단순히 성능이 더 좋다고 해서 항공사들이 갑자기 휙 마음 돌려서 구매하지 않는다

 

다른 국가 항공사들을 설득하려면 기존 동급 항공기 대비 가격도 훨씬 저렴해야 할 테고,

정비 절차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한화를 중심으로 국내 항공산업 관련 기업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항공사에서 도입하는 민간항공기를 단독 개발/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이 될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민항기 사업이 앞으로 10년 뒤에 엄청난 새로운 기술을 많이 적용할 유망한 분야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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